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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우리 아이를 능동적인 독자로 키우는 글 없는 그림책 추천

우리 아이를 능동적인 독자로 키우는 글 없는 그림책  추천 (feat. 데이비드 위즈너)

 

 

지난 포스팅에선 국내에서 글 없는 그림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수지 작가의 경계 3부작을 가볍게 소개했다.

https://gabssam.tistory.com/entry/%EA%B2%BD%EA%B3%843%EB%B6%80%EC%9E%91

 

이수지 작가의 경계 3부작 그림책 (파도야 놀자 / 그림자 놀이 / 거울 속으로)

이수지 작가의 경계 3부작 그림책 (파도야 놀자 / 그림자놀이 / 거울 속으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드레센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인 여성 작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이수지'.

gabssam.tistory.com

 

'글 없는 그림책'은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는 점에서 독자가 그림을 해석하여 이야기 진행에 능동적인 역할을 하도록 한다. 독자들은 나름대로 그림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페이지를 넘기며 마주하는 그림을 통해 자기 생각을 수정하고 다시 상상하는 과정을 거친다.

글자가 있는 그림책은 비교적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주제의식)를 작품에 수월하게 담아낼 수 있다. 문자 텍스트를 이용하여, "이렇게 가족은 소중한 거랍니다."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해 줄 수도 있다.  글 없는 그림책은 그렇지 않다. 독자들은 그림과 자신의 상상을 바탕으로 그림책에 드러나지 않은 공백(gap)을 채워 나가며 작품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에 글 없는 그림책글자가 있는 그림책에 비해 작품과 독자의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을 더욱 활발하게 만든다.  

글 없는 그림책은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인지적 활동을 요구하고, 그림책에 마련된 빈자리를 해석하고, 추리하고, 상상하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작품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고, 읽기 행위에서 능동적인 의미 구성자가 되어 볼 수 있다.  

 

오늘은 외국 작가 중, 글 없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위즈너(David Wiesner)'의 작품을 3가지 소개하려 한다. 참고로 데이비드 위즈너의 작품은 국내 작가 이수지의 작품에 비해, 더욱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판타지 이야기의 성격을 지녔단 점을 알아두길 바란다.

1. 이상한 화요일

이상한 화요일

작가는 1992년, 이 작품으로 칼데콧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름부터가 의미심장한 이 책은, 매주 화요일 저녁 8시에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그림으로 담은 책이다.

칼데콧상은 근대 그림책의 아버지인 '랜돌프 칼데콧'을 기리기 위해 미국의 어린이도서관협회(ALSC)에서 주관하는 그림책상이다. 어린이도서관협회에서는 매년 우수한 작품을 가려 칼데콧상(1권), 칼데콧 아너상(1~5권)을 수여한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작품을 보다 보면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카메라 촬영 기법처럼 구현된 그림 때문이다.

롱샷, 미디움샷, 클로즈업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멀리 있던 거북이가 점차 확대되어 보이는 이 장면은 영화의 롱샷, 미디엄숏, 클로즈업 기법을 차용한 듯하다. 

이 장면 역시 만화나 영화에 쓰이는 스토리보드처럼 그려져 있는데, 장면의 시간적 순서를 생각하면서 읽다 보면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2. 구름 공항

구름공항

구름공항은 2000년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이다.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도서이기도 함.) 이야기는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로 체험학습을 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하필 구름이 가득한 날씨로 전망대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한 아이만큼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아이들에게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구름을 소재로 작가가 꿈꾼 환상의 세계는 책을 읽는 독자들을 초현실 세계로 한 걸음 내딛게 만든다.

 

3. 시간 상자

시간상자

2006년, 칼데콧 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모래사장에서 놀이를 하던 아이는 거대한 파도에 떠밀려 온 수중 카메라를 발견하게 된다.

모래사장

호기심 많은 아이는 카메라에 찍힌 사진들을 인화하고 한 장, 한 장 살펴본다. 사진 속에 찍힌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들은 독자들을 연신 감탄하게 만든다. 게다가 카메라를 통해 이루어지는 시간여행까지..!

작가가 안내하는 무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작품 속의 판타지 세상이 현실에도 존재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 속에서 상상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작품들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