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도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하는 작품
스페인 마드리드의 대표 미술관이자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프라도 미술관. 이곳에서는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스페인 회화의 3대 거장들(엘 그레코, 디에고 벨라스케스, 프란시스코 고야)을 만나볼 수 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필수 작품들에 대해 알아보자.
* 프라도 미술관 예약 방법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gabssam.tistory.com/24
1. 디에고 벨라스케스 - '시녀들'
이 작품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림'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작품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끝없는 궁금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림의 중앙에는 펠리페 4세의 딸인 마르가리타 공주가 서 있다. 그리고 공주의 뒤편에는 벨라스케스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1) 공주 앞에 커다란 거울이 있고, 거울에 비친 공주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장면 같아 보인다.
그러나 벨라스케스 뒤편에 있는 또 다른 거울을 보면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뒤쪽 거울 안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당시의 국왕 펠리페 4세와 왕비이다. 이걸 통해 '2) 벨라스케스는 국왕 부부를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공주는 국왕 부부에게 인사를 하러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스페인 왕실 규정상 왕과 왕비를 한 화폭에 담아 그릴 수 없었다. 따라서 2번째 해석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도대체 벨라스케스는 무얼 응시하고 있는 걸까? 일부 감상자들은 이 작품이 '3) 궁정화가로서 벨라스케스의 명예와 자부심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화가를 상징하는 캔버스가 굉장히 크게 그려져 있으며, 벨라스케스의 가슴에 그려진 '산티아고 기사단' 문양이 유난히 눈에 띄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기사단은 당시 스페인 최고 귀족들만 가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해석에 대한 이견도 많다. 일개의 궁정화가가 자신을 왕가의 일원처럼 크게 그리고, 왕과 왕비는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희미하게 묘사하는 것이 당시 규범으로 따져 볼 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벨라스케스는 자신의 커다란 캔버스에 무얼 그리고 있던 걸까? 애초에 벨라스케스는 이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시녀들'이라는 제목은 과연 적절한가? 그가 그림으로 남긴 수수께끼의 답은 무엇일지, 감상하는 모든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2. 프란시스코 고야 - '카를로스 4세 가족의 초상'
고야 역시 벨라스케스와 마찬가지로 스페인 왕실의 궁정화가였다. 국왕 카를로스 4세와 그의 왕비 마리아 루이사는 정치적으로 무능하였고 혼란스러웠던 스페인 정국을 원만하게 이끌어나갈 능력이 없었다.
당시 고야가 그린 '카를로스 4세 가족의 초상'을 보면 고급스럽게 반짝거리는 금빛 의복 속에 왕과 왕비의 흐리멍덩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왕실 초상화는 실제보다 더욱 기품 있게 그려지기 마련인데 고야는 늙은 왕비의 쭈글쭈글한 피부, 틀니를 껴서 볼품없어진 입매까지 있는 그대로 그려 넣었다.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모습으로 치장하였지만 그 내면은 실속 없는 스페인 왕가의 무능한 모습을 소신 있게 표현해 낸 고야의 용기가 엿보인다.
3. 프란시스코 고야 - '옷 벗은 마하', '옷 입은 마하'
마하(maja)는 스페인어로 '멋쟁이 여성'을 의미한다. 고야는 이 그림으로 인해 종교 재판까지 끌려가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문제의 원인은 바로 '옷 벗은 마하'였다. 신화 속 여신이 아닌 일반 여성의 누드화는 당시 보수적인 스페인 평단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두 팔을 들어 올린 마하의 노골적인 포즈, 뻔뻔하게 대중을 바라보는 과감한 시선은 당시 유럽 회화 전통에 대한 고야의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정신을 나타낸다.
4. 프란시스코 고야 - '1808년 5월 2일', '1808년 5월 3일'
'1808년 5월 2일'은 스페인 민중들이 프랑스 군대에 저항했던 대규모 봉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저항하는 민중들과 프랑스군의 광기 어린 눈이 전쟁이란 얼마나 무섭고 참혹한 것인지 느끼게 한다.
'1808년 5월 3일'에는 프랑스군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된 마드리드 시민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민중에게 총을 겨누는 프랑스군은 모두 같은 군복을 입은 채 얼굴 표정 하나 내 보이지 않는다. 전쟁 앞에서 이성을 잃고 잔인하게 변해버리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이와 같이 표현한 것이다.
총을 겨누는 프랑스군 앞에 유난히 하얀빛의 옷을 입은 청년이 두 팔을 벌려 소리치고 있다. 자세히 보면 청년의 오른쪽 손바닥에 작은 상흔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청년의 포즈와 상흔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떠오르게 한다. 조국을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세상을 구원하려는 민중의 모습을 마치 순교자처럼 그려낸 것이다.
5. 프란시스코 고야 -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프랑스군이 물러간 스페인 왕실에는 페르난도 7세가 복귀했다. 이후 고야는 궁정화가직을 내려놓고 마드리드 근교 별장에서 칩거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별장 벽을 검은색 유화 물감으로 까맣게 칠한 후, 그림을 그렸다.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는 이때 그려진 그림 중 하나이다. 이 그림은 사투르누스(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가 자신의 아들이 자신을 죽인 후 왕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저주를 듣고, 자식들을 태어나자마자 먹어치웠다는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다.
고야는 10명이 넘는 자녀를 낳았으나, 단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살아남지 못했다. 젊은 시절에 워낙 문란한 생활을 한 탓에 성병에 걸리게 되었고, 이 때문에 자녀들이 오래 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고야는 이 그림을 그리며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젊은 시절을 자책하며 자기 자신이 사투르누스와 다를 바 없다고 여긴 건 아닐까?
6. 히에로니무스 보스 - '7개의 죄악'
'7개의 죄악'은 굉장히 교훈적인 그림이다. 이야기는 왼쪽 위에 그려진 둥근 그림 속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림 속에는 죽음을 앞둔 환자가 누워있고, 천사와 악마가 함께 그려져 있다. 이어 오른쪽 위에는 예수가 죽은 영혼들을 천국으로 보낼지, 지옥으로 보낼 것인지 결정하는 최후의 심판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심판에 따라, 영혼은 오른쪽 그림 아래의 천국으로 갈 수도 있고 왼쪽 아래의 지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림의 중앙, 가장 큰 원에는 지옥으로 가는 자들이 저지르는 7가지 죄악이 그려져 있다. 첫 번째 죄는 분노이다. 두 남자가 물건을 던지면서 거칠게 싸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두 번째 죄는 교만이다. 한 여인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과하게 도취되어 있다. 세 번째 죄는 음욕이다. 두 쌍의 남녀가 텐트를 치고 공연을 보고 있는데, 이는 귀족들의 방탕한 생활을 표현한 것이다. 네 번째 죄는 나태이다. 의자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다섯 번째 죄는 식탐이다. 불룩한 배를 가진 남성이 양손으로 술병과 고기를 쥐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여섯 째는 탐욕이다. 재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판결을 내리면서 뒷돈을 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일곱 번째는 시기이다. 남성과 대화하는 부부가 남성이 가진 돈 주머니를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7가지 죄악이 그려진 커다란 원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누군가의 눈동자처럼 보인다. 그리고 동공에 위치한 인물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예수 밑에는 "Cave Cave Deus Videt"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주의하라, 주의하라. 신께서 보고 계신다."는 뜻이다.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살아생전에 7가지 죄악을 행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7. 히에로니무스 보스 - '쾌락의 정원'
이 작품은 교회에 걸 목적으로 제작한 제단화이다. 제단화는 성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쉽게 전달하기 위해 제작되는 그림이었는데, '쾌락의 정원'은 지나치게 기괴하여 교회의 제단화로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작품은 왼쪽부터 각각 에덴동산, 현실 세계,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에덴동산에는 아담과 이브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주변에 그려진 동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유니콘과 하얀 기린, 날개 달린 물고기, 개구리를 잡아먹는 새와 죽은 쥐를 물고 있는 고양이 등등... 보스는 선과 악이 모호한 동물들을 묘사함으로써 에덴동산에 인간의 원죄가 이미 잉태되었음을 보여주려고 했다.
가운데에 그려진 현실 세계의 모습은 온통 쾌락으로 가득 차 있다. 원색적인 자세로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모습, 딸기나 블루베리와 같은 달콤한 과일을 탐닉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이렇게 평생을 쾌락에 빠져 지낸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가게 될 곳은 다름 아닌 지옥이다.
오른쪽에 그려진 지옥의 모습은 말 그대로 끔찍하다. 사냥을 즐기던 사람들은 되려 토끼에게 죽임을 당하고, 도박에 취해 살던 이들의 손에 날카로운 칼이 꽂힌다. 아름다운 선율의 악기들은 인간을 고문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토록 기괴한 그림 속에서 고개를 돌려 감상자들을 응시하는 한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다. 바로, 히에로니무스 보스 본인이다. 그의 표정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8. 피터르 브뤼헐 - '죽음의 승리'
이 작품은 14세기 중엽부터 18세기까지 유럽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흑사병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죽음을 형상화한 해골 부대가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죽음은 귀족에게도, 농민에게도, 상인에게도 모두 똑같이 찾아왔다. 도망치려 해도 도망칠 수 없다.
오늘날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국가 전체가, 경제가 마비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자연이 내린 거대한 재앙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인 고속열차 렌페(Renfe) 예약 방법 (1) | 2022.11.29 |
---|---|
프라도 미술관 예약, 티켓 구매 방법 (0) | 2022.11.28 |
바르셀로나 쇼핑 리스트 BEST 5 (0) | 2022.11.22 |
바르셀로나 기념품 리스트 11 (0) | 2022.11.21 |
카탈루냐 음악당 셀프 오디오 투어 예약하기 (0) | 2022.11.20 |